미국에서 일한지도 꽤 오랜시간이 지나갔는데요, 여전히 뉴 멕시코주를 가 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드디어 올해 제가 참여하고 있는 에너지부 한 과제의 회의를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가 호스트해서 개최한다고 결정이 내려졌고, 실제 회의 장소는 싼타 페 (Santa Fe, NM)로 결정이 났습니다. 로스 알라모스에서는 이런 회의를 하기가 여러모로 여건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11월 중순에 드디어 뉴 멕시코를 방문했습니다. 우선 항공편은 뉴멕시코주 앨버커키(Albuquerque) 공항으로 내렸습니다. 저는 앨버커키 공항에 내리기 전만해도 뉴멕시코주는 평평한 고원지대인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일단 공항에 내려서 주변을 살펴보니 여러 산들이 보이더라구요. 공항에서 렌트카를 해서 싼타페로 이동했습니다. 가는 길 오른편에 있는 산을 하나 찍이봤는데, 이 산이 바로 샌디아 마운틴이더라구요 (Sandia Mountains). 역시 좀 황량해보이기는 합니다. 역시 사막이기도 하구요.

싼타페에 도착해서는 맛있는 멕시칸 음식점들을 다녔던것 같습니다. 업무관련 이야기는 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싼타페라는 도시는 아도비(Adobe) 형식의 연분홍(?) 혹은 밝은 점토색의 색으로 많은 건물들의 겉을 치장했더라구요. 뭔가 제가 사는 도시랑은 달라보입니다. 싼타페에서는 일정이 빡빡해서 저는 뉴멕시코 주 주 의회 건물만 들러봤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주들의 주의회 건물들을 봐왔는데, 이렇게 낮게 팬케잌 처럼 만들어진 건물은 처음 보았습니다. 대부분 옛날 스타일의 대리석 높은 건물들이었는데요, 여기는 좀 확실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날 호텔 체크아웃을 한 다음에 비행기편의 시간이 있어서 같이 간 동료 몇명과 맨하탄 프로젝트의 본산 로스 알라모스 도시로 가봤습니다. 싼타페도 높은 지역인데, 거기서도 더 높이 올라가더라구요. 나중에 알게된 사실인데, 앨버커키는 대략 해발 6,000 ft, 싼타페는 7,000 ft, 로스 알라모스는 7,300 ft의 해발고도, 즉 대략 한국의 백두산 정상급 높이의 고원에 도시가 있는 셈입니다. 거기 있는 동안 제 몸이 뭔가 다름을 많이 느꼈습니다.

로스 알라모스로 가는 길은 제법 경사가 있는 언덕을 굽이굽이 돌아 올라가는 길이었습니다. 중간에 잠깐 쉬어서 전망대 사진도 한 컷 찍어 봤습니다. 저도 약간 멀미기운을 느꼈습니다. 저만 그런게 아니더라구요. 같이 간 동료도 약한 car motion sickness를 느낀다고 하더라구요. 심하지는 않았습니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적응이 다 되어있겠지만, 저 처럼 거의 해수면급 평지에 살고 있다가 온 사람은 그렇지 않죠.

드디어 로스 알라모스 도시 입구에 도착해서 사진을 한 컷 찍었습니다. 이 검문소는 옛날에는 로스 알라모스 프로젝트 당시 메인 게이트였는데, 도로 한가운데에 있었다고 합니다. 지금 도로는 그냥 전혀 통제가 없고, 그 메인 게이트가 있던 곳 옆에다가 다시 그 모습을 만들어놓고 작은 기념 공원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은 지금 현재 화장실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안비밀입니다.^^ 참고로 영화 오펜하이머에 이 모습이 몇컷 나오죠..

여기를 지나 좀 더 가서 Bradbury Science Musuem을 방문했습니다.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는 외부인 출입 통제가 심해서, 그냥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을 로스 알라모스 다운타운에 만들어 놓았습니다. 사실 지금의 다운타운은 옛날에 메인 연구소가 있던 지역이고, 지금은 연구소가 다른쪽에 있다고 들었습니다. 박물관 안에 참 볼게 많더라구요. 여러 편지 자료도 흥미로운게 많았습니다. 그리고 짧게 15분짜리 소개 영상도 잘 관람했습니다. 사진 더 많이 찍었는데, 뭐 그걸 다 올릴수는 없고, 나중에 이 근처에 가시면 꼭 가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여기 박물관을 나와서 좀 더 가면, Ashley Pond라고 매우 멋진 연못이 있습니다. 그날 날씨도 좋아서 연못가를 한바퀴 도는데 기분이 참 좋더라구요.

이 연못 건너편은 Los Alamos Historical Museum인데, 사실 박물관이라기보다는 여러 유적들이 남아있는 야외 공원같은 곳이었습니다. 걸어다니다가 발견했는데, 한스 베테랑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살았던 집들도 보존되어 있더라구요. 왼쪽은 한스 베테, 오른쪽은 오펜하이머 집입니다. 오펜하이머 집 앞에는 작은 의자가 놓여있는데, 기념 사진 찍으로 해 놓았나 봅니다. 저도 한 컷^^

여기 지역을 걷다가 보면 반드시 사진을 찍어야하는 동상들이 있습니다. 바로 로버트 오펜하이머랑 레즐리 그로브스 장군의 동상들인데요, 책으로 읽으셨거나, 영화로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이 두 인물이 맨하튼 프로젝트에서 큰 역할을 했었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미 만들어져 있는것을 더 개발하고, 발전시키라는 일들을 하라고 하면 할 수 있겠지만, 없는걸 처음으로 만들어내는 것을 하라고 하면, 저는 정말 능력 밖의 일이라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다들 대단한 과학자와 군인이었네요. 나중에 신문 기사를 읽어보니, 영화 오펜하이머 주연 배우들도 여기 로스 알라모스에 와서 기념 사진을 찍었더라구요.. (마지막 사진은 출처를 밝히고 싶은데, facebook어딘가로 해둬야겠습니다)

뉴 멕시코에서 돌아오니, 또 약간 몸이 이상함을 느꼈습니다. 며칠간 거기의 높은 해발고도에 적응하려다가 되돌아와서 몸이 이상하게 생각하나 봅니다. 그래도 며칠 지나 미국인 친구들과 테니스치고 나니깐 더이상 그런것들을 못느끼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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