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인해, 정기적으로 모여서 테니스 치며 운동하는 한인 테니스 모임이 와해된 이후, 어쩔 수 없이 미국인 친구들과 테니스를 몇달치면서 어느정도 친해지니깐, 저에게 색다른 일이 생겼습니다. USTA (United States Tennis Association) 리그에 참가하는 캡틴들이 저에게 연락하기 시작한건데요, 그 사람들도 제가 팀에 도움이 될것으로 판단했나 봅니다. 왜냐하면 저는 아직 정식으로 USTA 리그를 참가한적이 없어서 저의 정확한 NTRP rating이 없는 상태였는데요, 이런 경우 USTA 가입을 하고 설문 조사를 하면 대부분 NTRP 3.0이 나옵니다. 설문조사에서 바로 3.5가 되려면 중/고등학교때 학교팀 선수였었거나, 평소에도 일주일에 며칠씩 테니스 쳐야하는데요, 제가 그 정도로 치지는 않으니깐요. 그러니 저는 3.0을 처음에 받게 되는데, 이 숫자옆에 항상 S가 붙어있습니다. Self-Rated라는 거죠. 1년이 지나면 옆에 C가 붙게되는데요, Computed의 약자인데 여러 사람들과 경기를 해서 저의 수준이 어느정도 계산되고 평가되었다는 뜻으로 나오게 됩니다.제 주변 사람들은 저 정도 테니스 수준이면 3.5정도라고 하는 말은 여러번 듣기는 했습니다. 물론 제가 따로 USTA에 어필해서 3.5A가 될수도 있는데요, 굳이 그럴필요는 못느끼고, NTRP 3.0의 세계는 어떤지 느껴보기로 했습니다.
올해 많은 USTA 경기를 해보면서, 정말 많은것을 배웠습니다. 아마 이 글에다 모두 설명하기도 힘들정도인데요, 그래도 테니스에 관심 있으신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올리면, 이 USTA리그는 조직적으로 미국 전역에 형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사는 도시 리치랜드는 USTA Pacific Northwest라는 Section에 속한 Eastern Washington Region에 속해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USTA에서는 미국 전역을 17개의 Section으로 나눠 놓았고 제가 사는 지역은 Pacific Northwest 섹션에 4개주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래스카, 워싱턴, 오레건, 아이다호 주 이렇게요. 제가 사는 워싱턴주는 다시 3개의 Region으로 나눠져 있는데요, Northwest Washington, Southwest Washington, 그리고 제가 사는 도시가 포함된 Eastern Washington이죠. 이 Eastern Washington지역은 Spokane, Yakima, Tri-Cities (Richland/Kennewick/Pasco), Wenatchee, Walla Walla등의 도시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래스카랑 아이다호는 인구가 적어서 그 주 자체가 하나의 Region인것 같고, 오레건주는 North Oregon과 South Oregon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자, 그러면 총 몇개의 Region이 있나요?예 총 7개의 Region이 USTA PNW Section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 대회는 Regional 챔피언쉽에서 우승을 하면 Sectional 챔피언쉽에 가게 되고, 거기서 우승을 하면, 미국 전역의 섹션 챔피언들이 모여서 하는 내셔널 챔피언쉽에 참가해서 챔피언이 되기 위해 하는 아마추어지만 아주 거대한 리그입니다.
그러면 경기는 어떻게 하느냐면요, 각 나이대별, NTRP 등급별, 그리고 남자/여자/혼합복식등으로 구분이 되어 있습니다. 18세 이상 남자경기는 우리팀이 상대팀과 동시에 2단 3복을 하게 됩니다. 즉 2명은 3세트 단식경기를 하고, 나머지 6명은 3팀으로 나눠서 복식경기를 하지요. 그러면 동시에 필요한 인원이 최소 8명입니다. 5매치를 하니깐 3팀 이상 이기는 팀이 승리를 하죠. 그리고 40세 이상 경기는 1단 3복을 하는데, 그러면 7명이 필요하겠고, 첫복식팀에 가산점이 있습니다. 이렇기때문에 팀을 대략 10명정도로 꾸리게 되고, 그 팀을 이끄는 리더를 캡틴이라고 부릅니다. 캡틴에 대해서는 밑에 다시 설명을 하겠습니다.
지난 초봄에 저에게 가장 먼저 연락을 준 캡틴은 여기 지역 40세이상 NTRP 3.0팀 캡틴인 채드라는 치과의사였습니다. 얼떨결에 함께하겠다고 하고 같이 모여서 연습도 하고, 결국 대회기간에 4경기를 뛰게 되었습니다. 40세 이상 팀이다 보니까 캡틴이 상대적으로 젊은 저보고 단식 괜찮겠냐고 물어보길래, 뭐 할 수 있다고 했더니, 처음 나가는 금-토-일 4경기 가운데 2번의 단식 경기, 그리고 2번의 복식 경기를 뛰게 되었습니다. 상당히 긴장을 한 금요일 저녁 복식은 졌지만, 토요일 단식 한경기와 복식 한경기는 제법 괜찮게 승리했습니다. 첫 단식 경기를 6:3,6:2로 이기고 들어오니깐 캡틴이 저를 엄청 반갑게(?) 껴안아주더라구요. 하하. 그날 복식경기도 2:0으로 이겨서 저의 첫 USTA 단식/복식 승리를 한날로 기록되겠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일요일 낮 단식경기는 6:4,6:4로 아쉽게 졌습니다. 결국 팀은 아주 근소한차로 챔피언이 못되고 준우승에 머물렀는데요, 아무튼 다 마치고 모여서 근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어찌 되었든 끝났으니, 다들 와이프들까지 같이 불러서 즐겁게 저녁먹고 와인 한잔씩 하고 그랬습니다. (제가 나이가 가장 어립니다. ㅎㅎ)
아, 그런데 며칠 후에 우리팀이 비록 Regional 챔피언을 못되었지만 아주 근소한차로 2등이여서 여름에 포틀랜드에서 열리는 Sectional 챔피언쉽에 초대되었다는 메세지를 캡틴이 보내왔습니다. 모두들 엄청 들떠서 즐거워하더라구요. 위에서 설명드렸듯이 PNW에는 총 7개의 Region이 있는데, Sectional 대회는 참가팀을 총 8개팀으로 조정하는것 같더군요. 상황에 따라 어쩌면 2등팀도 초대 받을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총 8팀이 2그룹으로 나눠서 한 팀이 번갈아가며 3번의 각 경기를 마치고 그룹 A에서 1등과 그룹 B의 1등이 챔피언쉽 매치를 하더라구요. 다들 너무 즐거워하는것을 보니, 이 사람들 정말 테니스 좋아하나보다 했습니다. 연습도 하고 Airbnb로 우리가 포틀랜드에서 머무를 방이 여러개인 큰 집도 하나 빌렸습니다.
드디어 챔피언쉽 경기가 열리는 Lake Oswego라는 도시의 테니스 코트에 도착했습니다. 우리 모두 단체 사진을 찍고 경기를 시작했죠. 실내 6코트, 실외 6코트였는데, 아주 시설이 괜찮더라구요. 금요일 오전 첫경기를 우리팀이 타코마 근처에서 온 팀을 3:1로 이겼습니다. 제가 첫 단식 경기도 6:3, 6:2로 이겼습니다. 역시나 캡틴이 제가 이기고 오니, 너무 즐거워하더군요. 40세 이상은 다들 단식 별로 안하고 싶어하는데, 제가 뛰어주고, 이겨주니 고마워하는것 같습니다. ^^
점심먹으면서 오후 경기는 어떻게 할지 또 상당히 작전도 짜고 고민도 했습니다. 제가 오후에는 단식을 안뛰고 복식팀으로 나갔는데, 휴 3세트까지 가서 겨우 이겼습니다. 그런데 경기 마치고 돌아와서 들어보니 다른 팀들은 그 북부 오레건 팀에게 다 졌더라구요. 큰 점수차로. 아직도 기억에 납니다. 2대의 SUV를 나눠타고 다녔는데, 돌아오는 길에 낙심하던 찰나.. 라디오에서 Don’t Worry, Be Happy 노래가 마침 나와서 우리 모두 따라부르면서 집에 왔어요. 하하, 다음날 오전에는 시애틀 팀과 경기가 있었는데, 그 전에 우리 그룹 1등팀이 전승으로 그룹 1등을 확정짓는 바람에 우리가 이 팀을 큰 점수차로 이겨도 일요일 챔피언쉽을 못가더라구요. 캡틴이 물어보더라구요, 꼭 뛰고 싶으면 시애틀팀과의 경기에 출전하게 해줄텐데, (너는 벌써 2승을 했으니)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줄수도 있겠냐고, 그래서 저는 그렇게 하라고 했죠. 팀이 9명인데 우승도 중요하지만 1경기만 뛴 멤버도 있었거든요. 어찌되었든, 금토 경기를 모두 마치고 우리가 그룹 1등이 못되어서 일요일 오전 챔피언쉽에는 못가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뭐 이 아저씨들과 같이 며칠 생활하면서 너무 재미있었어요. 음식도 만들어 먹고, 밤에 맥주랑 와인도 좀 마시고, 카드 게임도 하고.. 아래 사진은 우리가 묵었던 숙소, 그리고 Sectional 챔피언쉽 참가 기념품도 줍니다. 티셔츠 입고 기념사진도 찍었네요.
올해 남자 40세 이상 USTA 3.0에서 총 4승 2패의 개인 성적을 거뒀습니다.
자, 다음은 혼합복식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가 첫 Regional 대회를 마치고 오니깐 혼합복식팀 캡틴들한테서 같이 하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40세 이상 3.0 혼합복식에 나갔는데요. 이팀은 Regional에서 3등을 해서 Sectional에는 못갔습니다. 그래도 아저씨/아줌마들하고 테니스 치면서 또 많이 배웠네요. 가장 중요한 딱 한줄, “여자라고 봐주는거 없다” ㅎㅎ
가장 최근에는 두명의 혼합복식 팀 캡틴이 하루 건너 연락이 왔습니다. 자기 팀에 들어오라고.. 처음에 연락한 사람한테 간다고 했기때문에 두번째 연락온 캡틴한테는 다음기회에 같이 하자고 했지요. 지난 주말에 Yakima Tennis Club에서 2023 Sectional을 위한 18세 이상 6.0 (남자여자 합산) 경기가 있었는데요, 저는 금/토/일 각각 한경기씩 해서 2승 1패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팀이 아쉽게도 5팀중에 2등을 했네요. Sectional에 초대 될지, 안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재미있었어요. 다시 한번 느꼈지만, 여자라고 봐주고, 여자 선수한테 공 약하게 주고 그런거 없습니다. ㅎㅎ 나오시는 아주머니분들도 남자들의 센공을 받아 넘기면서 더 좋아하는듯 합니다. 끝나고 사진을 찍었는데, 제 뒤에 한 팀 멤버의 와이프가 저렇게 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네요.
이런 공식적인 USTA 대회나가서 경기를 하니깐, 이길때면 약간 마약같은 중독성을 느끼게 됩니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계속 테니스 운동 하는구나 생각하게 되죠. 그리고 모든 기록이 남고, 계산되고, 연말이 되면 NTRP Rating을 새롭게 받아서 캡틴들이 새로운 팀을 만들고 또 경기를 합니다.
끝으로 캡틴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하면, 저는 사실 캡틴 역할 하는 분들이 대단하다고 느낍니다. 팀을 모으고, 그 팀 멤버들에게 실력이나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상처주지 않으면서 계속 응원하고, 팀을 한팀으로 뭉치게 하는 능력/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수 있는 유머감각도 있어야겠죠. 너무 승부욕이 강한 사람은 아무리 잘쳐도 자기 팀 멤버에 넣기는 부담스럽겠죠? 그리고 대진표 짤때로 서로를 기분 나쁘게 하면 안되니까요. 올해 3명의 캡틴들 밑에서 경기를 했는데, 아주 다들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이제 올해 USTA 경기는 모두 끝났고, 내년 초봄부터 다시 경기 일정이 있습니다. 같이 뛴 사람들이 저는 올 연말에 NTRP 3.5로 올라갈것으로 예측하더라구요. 이런것들을 분석하는 웹사이트도 상당히 많습니다. Tennisrecord, Universal Tennis Rating 등등요.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한번 따로 글을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