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살때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온 아들이 작년 가을부터 여기 도시, 리치랜드에 있는 리치랜드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있었으면 그 당시 중학교 2학년일텐데 여기서는 고등학생이네요. 여기 초중등 교육은 5-3-4제도라서 고등학교가 대학교처럼 4년 과정입니다. 호칭도 대학생과 동일하게 부르는데요,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Freshman, Sophomore, Junior, 그리고 Senior로 부릅니다. 테니스 이야기에 앞서, 이 학교를 잠깐 소개하면요, 역사가 짧은 미국이지만, 그래도 이 고등학교가 지어진 지 100년이 넘었습니다. 1910년에 콜럼비아 하이스쿨로 개교를 했는데, 1958년부터 리치랜드 하이스쿨로 교명이 변경되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학교 본관 입구 사진입니다. 좀 아담하게 생기긴 했는데, 요즘 새로 지은 고등학교랑 비교하면 시대에 좀 뒤쳐진듯한 느낌이네요. ^^
이 고등학교 출신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을 뽑으라고 한다면, 당연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때 국방부 장관을 역임한 제임스 매티스 (James Mattis) 해병대 예비역 4성 장군입니다. 병사로도 복무했고, 대학교때 해병대 ROTC로 장교 임관해서 결국 4성장군까지 되어 전 세계를 다닌 사람입니다. 가끔 동네 레스토랑이나 커피숍에 등장하시는 날에는 SNS에서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이 도시 최고 스타). 아마 그 다음으로 가장 유명한 사람이라면 미국 국가대표 축구대표팀 골키퍼를 상당히 오랫동안 맡아온 호프 솔로 (Hope Solo) 입니다. 리치랜드 고등학교 다닐때는 포지션이 골키퍼가 아닌 공격수였다는데, 4년동안 공식경기에서 무려 109골을 넣었답니다. 지역에서 이 정도는 되어야 국가대표 선수가 되나봐요. ^^ (아래 사진들은 모두 Wikipedia에서 가져왔습니다)
학교 마스코트는 시애틀에 있는 보잉사가 제작을 한 B-17 플라잉 포트리스 (하늘은 나는 요새라는 뜻) 폭격기(Bomber)입니다. 폭탄을 싣고 다니다가 떨어뜨려서 폭격을 하는 비행기인데요, 리치랜드는 이 비행기를 학교 마스코트로 쓰고 있고, 학생들을 특히 운동선수들을 Bomber로 부릅니다. 참고로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폭격기는 B-17이 아니고, B-29라는 더 큰 비행기입니다. 하지만 리치랜드가 학교 마스코트를 Bomber라고 한데는 세계2차 대전과 관계가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아래 사진이 B-17 폭격기입니다 (Wikipedia).
자 이제 다시 테니스 이야기로 돌아가서, 워싱턴주는 테니스가 봄 스포츠입니다. 학교 스포츠들이 시즌별로 나눠져 있는데 (예를 들면 풋볼은 가을, 농구는 겨울, 야구는 봄), 시즌이 시작되기전에 학교에서 공지가 되고, 학부모-코치 미팅을 가집니다. 저도 처음가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펴보고, 기본안내 이후 각 종목별로 나눠져서 저는 테니스 코치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참 많은 사람들이 왔더라구요. 거기서 여러 안내 정보도 나눠주고, 향후 일정도 알려주었습니다. 2월 마지막 주에 1주일간 Try-out을 해서 Varsity와 Junior Varsity로 나눠서 매일 연습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생소한 단어일수 있는데 Varsity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이것은 학교를 대표하는 1군 선수들을 뜻합니다. 어느 스포츠 종목이든 Varsity가 있고, Varsity가 되지 못하면 Junior Varsity가 되는거죠. 경쟁이 높은 학교는 Junior Varisity도 인원 제한을 두는 곳도 있는데요, 제가 사는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들은 대부분 원하기만 하면 Junior Varsity는 다 받아준다고 합니다. 한국분들은 주로 발음을 음절별로 발-시-티라고 하는데요, 미국 사람들은 첫음절에 강세가 강하게 있어서 발씨리라고 합니다. 코치가 3명이 있는데, 주 코치 및 Boys Varsity 코치는 학교 교사가 하고, Girls Varsity 코치 한명, Junior Varsity 코치 한명이 있습니다.
드디어 시간이 흘러 아들이 Tryout을 하러 갔는데, 무려 남여 포함 70여명이 모였다고 합니다. 우선 남학생/여학생 나눈 다음에, 코치가 작년에 발시티 경기를 뛰어본 사람들은 열외를 시키고, 그 나머지 참가자들은 모두 코트에서 스트로크를 치게 했다고 합니다. 코치는 계속 보고 있다가 그 중에서 몇명은 뽑아 올려서 작년에 발시티에 쳐본 학생들과 스트로크를 계속 해보게 했답니다. 이것만 월-목 반복했는데, 목요일 연습 끝나고 나서 운이 엄청 좋았는지, 아니면 코치가 아들의 안정적으로 랠리하는 하는 모습을 좋게봤는지, 전체에서 남학생 10명, 여학생 10명 뽑는 Varsity에 아들이 선정되게 되었습니다. 코치가 개인적으로 다가와서 “다음주부터 Varsity 연습에 참가하라”라고 했다네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Varsity 절반이 12학년이고, 신입생은 아들녀석 포함 2명이 뽑혔다고 하네요.
그 다음주부터 Varsity 연습을 따로하는데, 학교 수업마치면 바로 1시간 Junior Varsity들 50여명이 8면의 테니스 코트에 모여서 한명의 코치의 지도하에 테니스를 연습합니다. 사실 이게 뭐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전혀 안되죠. 슬픈 현실이지만 그냥 아이들끼리 공놀이 하는 수준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찌보면 약간 한국의 사교육 현실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테니스를 배워오기는 부모나 혹은 테니스 클럽에서 배워 온 다음에,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은 걸 시험보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그 코치가 그 많은 아이들을 가르쳐주고 폼을 교정해주고 이런게 안되죠. 이렇게 한시간 연습이 끝나면 그때부터 학교 1군 Varsity들이 연습을 시작하는데요, 최소 한시간 반에서 거의 2시간 연습을 합니다. 사실 코치가 뭘 가르쳐 주는게 거의 없고 (물론 여러 이야기는 많이 해줍니다), 계속 이렇게 저렇게 매치를 시켜보면서 각각의 능력과 성향을 파악하는 것 같습니다. 아래 사진은 Varsity 연습 첫날때 아들 데리러 갔다가 찍은 사진입니다. 학교 체육관 옆에 Bombers라고 적혀 있는게 인상적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리치랜드 하이스쿨 테니스 코트입니다. 총 8면이 있습니다. Varsity들이 연습하기에는 아주 쾌적합니다.
이렇게 연습을 1주일 반을 하고 첫 학교 대항전이 Kennewick 고등학교와 있었는데, 코치가 그 동안 봐온 실력대로 대진표를 작성합니다. 워싱턴주는 학교 대항전에서 단식 4매치와 복식 3매치, 즉 7매치를 해서 4매치 이상 이긴 학교가 승리를 하게 되는데요 (남여 각각 10명씩 출전), 그래서 코치가 작전을 잘 짜야 합니다. 보통은 단식을 잘할 것 같은 사람이 있고 복식이 나을것 같은 사람도 있는데요. 젋고 힘있는 아이들 경우에는 자기가 다 결정을 지을 수 있는 단식 경기를 선호하죠. (그리고 저처럼 나이가 들면 힘들어서 복식이 더 재미있구요. 하하!). 아무튼 오랜 평가 끝에 코치가 선수들 대진표를 완성하는데, 그 학교에서 가장 잘치는 선수가 단식 1번을 칩니다. 코치가 아들을 복식2번이나 3번에 넣을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단식 4번에 배정을 했습니다. 향후에 조정이 될수도 있겠지만, 코치가 아들의 안정적인 스트로크를 좋아했나 봅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젊은 남자 고등학생들은 온 힘을 다해 빵빵 쳐대는데, 그게 테니스의 멋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사실 그렇게 치면 잘 들어갈때는 좋지만, 그만큼 실수도 많지요. 저의 아들은 저랑 한국인 아저씨들이랑 제법 오래쳐서 그런가, 세게 빵빵 치는 것보다는 안정적으로 실수 없이 치는쪽으로 진화해왔나봐요. ^^
첫 대항전이 있던날은 저도 잠깐 시간을 내어서 어떻게 진행하나 보러 갔었습니다. 먼저 아래 사진 처럼 양쪽 학교 코치들이 그날 선수로 출전하는 선수들을 대진표 순서대로 세우는데요 (남자 단식1-2-3-4, 남자 복식1-2-3, 여자 단식 1-2-3-4, 여자 복식1-2-3 ), 각 학교별로 나란히 섭니다. 그리고 코치들이 앞에 있는 선수의 이름을 각각 호명하면 긴 터널 지나가듯이 모두 하이파이브하면서 가장 뒤로 갑니다. 약간의 세레머니이긴 한데 멋지더라구요. 아무튼 그렇게 모든 선수들의 이름이 불려지고, 자기가 누구랑 경기해야 하는지 알고 나면, 다시 벤치로 돌아옵니다 (참고로 아직 유니폼이 도착이 안되어서 개인복장입니다).
코트가 8면이 있는데 4면은 남학생, 또 다른 4면은 여학생이 사용하고, 관람석 가장 가까이에 있는 코트에서 학교 1번들끼리 단식경기가 진행됩니다. 그 옆 코트에서 2번 단식, 그 다음은 1번 복식, 가장 끝에 2번 복식팀들끼리 경기가 진행됩니다. 대기하고 있는 단식3번, 4번, 그리고 복식 3번은 앞에 경기가 완료되면 들어가죠. 많은 학부모들이 응원을 오는데요, 다들 자기 자녀들을 응원하다가도, 관찰해보면 다들 각 학교 1번들 경기를 보고 있습니다. 다들 잘 치거든요. 음.. 리치랜드 1번과 경기하면 제가 지겠더라구요. 하하
이렇게 해서 벌써 3주가 흘렀습니다. 이번주는 봄방학이라서 쉬고 있고 다음주 다시 재게 됩니다. 지난주까지 아들은 모든 6번의 홈/원정 학교 대항전에 출전해서 3번 단식 (1회), 4번 단식 (4회), 2번 복식 (1회), 총 6번의 매치를 했고 현재까지 5승 1패의 전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5월까지 계속 대항전 일정도 있고, 연습도 있는데, 이렇게 계속 하다보면 정말 테니스가 많이 늘것 같습니다. 그리고 신입생때부터 이렇게 치면 4년 내내 Tennis Varsity가 되겠지요. 이런면에서는 아들이 부럽군요. 자기가 학교 대표라는 타이틀을 달고 테니스를 치면 자신감도 가질 수 있고, 좀 더 잘 쳐야겠다라는 동기 부여도 될수 있으니까요. 저의 연구소 매니저랑 개인적인 이야기하다가, 아들이 Tennis Varsity가 되었다고 하니까, 미국에서 무슨 스포츠이던간에 신입생이 윗학년들 제치고 Varsity가 된것은 Honored라고 그러더라구요. 이건 어느 고등학교든지 쉽지 않은 것이라고 하면서요. 테니스 시즌이 끝나면 또 있었던 이야기를 올려보도록 하죠.
마지막 사진. 다 큰 고등학생이지만, 그래도 코치들이 Varsity 부모들한테 돌아가면서 간식을 부탁합니다. 경기전에는 잘 안먹는데, 경기 끝나면 다들 간식 박스 근처에 모여 있어요. 저도 2주후에 가져간다고 Sign-up했는데, 고등학생들은 뭘 좋아할지 고민중입니다. ^^
또 사진 한장 더! 매일 연습을 거의 2시간씩 하니까, 테니스 오버그립 (손잡이 감아주는 테이프) 새것으로 감아줘도 2주도 안되었는데 까맣게 되네요. 갈아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