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와 한국식 숯불구이

안녕하세요, 요즘 여러가지 일로 정신이 없어서 한달에 글 하나 올리기도 어렵네요. 오늘은 음식 이야기를 잠깐 하려 합니다. 작년초에 시카고 근처에 있는 에너지부 산하 아르곤 국립 연구소에 과제 회의차 출장 갔다가, 시카고 스타일의 피자를 파는 식당을 가보자고 해서 직장 동료들이랑 같이 갔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깊은 팬에서 구워내는 아주 두꺼운 피자이지요. 드디어 주문한 피자가 나왔는데, 어찌나 양이 많은지 3명이서 이걸 다 못먹었습니다. 간단히 저 크기에 두툼한 토핑과 치즈등을 따져보면 , 한 조각에 칼로리가 엄청나겠죠? 사이즈가 잘 느껴지지 않으시면 뒤에 보이는 포크 나이프 혹은 물컵을 보세요. 큰 피자는 아니지만, 작은 피자도 아닙니다. “일반 피자랑 비교하면, 이 피자는 피자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음식이구나”하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코로나로 힘들긴 하지만, 가족 모두 백신 접종을 하고, 얼마전에 뉴욕, 볼티모어, 워싱턴DC 지역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뉴욕에 있을때 아들이 호텔 근처에 있는 뉴욕 스타일의 피자 레스토랑 중에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인기있는 곳을 인터넷에서 찾았는데, 맨하탄 브로드웨이에 있는 Joe’s Pizza라는 곳이었습니다. 모든 피자를 슬라이스 형태로 팔고 있는데, 주문할때 선택하면, 그 피자 조각들을 한번 더 구워주는것 같더라구요. 사람도 엄청많고. 주문하기 위해 줄도 엄청 길고, 식당도 좁고 그렇더라구요. 그리고 주방 안쪽에는 많은 사람들이 각자 위치에서 부지런히 피자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주문하는 곳에서 안쪽이 훤히 잘 보입니다.

드디어 우리가 주문한 피자 조각들이 나왔습니다. 한 사람당 2조각씩 시켰는데, 뉴욕의 전통 스타일의 피자는 보시는 것처럼 얇고 넓습니다. 그러면서도 바닥이 바삭거리지는 않고, 약간 오일이 피자에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뉴욕 피자는 반으로 접어서 먹는게, 뉴욕 스타일이랍니다. 어떤 부분은 화덕에 좀 오래 있어서 크러스트 부분이 탔네요. 탄 부분은 털어내고 먹었는데, 역시 맛있더군요. 저보다도 아들 녀석은 이런 피자가 자기 입맛에 딱 맞다고 하더라구요. 리치랜드에 돌아와서 어떤 피자를 먹어야 이런 피자와 가장 비슷할까 찾아보는 중입니다.


여기서 잠깐, 미국에서 피자는 주로 4가지 스타일로 구분합니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프랜차이즈 피자에서는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피자는 다 주문할 수는 있죠. 그래도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 스타일을 고르라고 한다면, 뉴욕 피자와 시카고 피자로 나뉘고, 그 다음 2가지를 더 추가하면 디트로이트 피자와 세인트 루이스 피자를 꼽는다고 합니다. 다트로이트 피자는 네모난 틀에 넣어서 뭔가 공업도시 분위기(?)가 나게 만드는 피자이고, 세인트 루이스 피자는 바닥이 과자처럼 바삭바삭한 피자를 말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번외로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하와이안 피자인데, 이 하와이안 피자의 가장 큰 특징은 전통적인 토마토 소스를 적게 쓰거나 쓰지 않고, 파인애플이나 햄같은 토핑을 많이 얹어서 전체적인 피자 맛이 조금 다릅니다. 제가 좋아하는 피자이기도 하지요.

피자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치고, 이번에는 숯불 BBQ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제가 이야기할 숯불 BBQ는 일반적인 미국의 차콜 BBQ를 말하는게 아니고, 엄연히 한국식 숯불 구이를 집에서 해본 경험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얼마전에 아마존에서 한국/일본식 BBQ 그릴을 주문했습니다. 이미 여러가지 브랜드에 다양한 크기들이 있더라구요. 가족용으로 테이블 위에 두고 할 수 있는 적당한 것을 주문하고, 이번에는 적당한 종류의 숯을 구하러 갔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숯을 사러 일부러 간 건 아니고, Lowe’s라고 집 수리 용품 파는곳에 뭘 사러 갔다가, 숯이 보여서 한 백 업어왔습니다. 한국 스타일로 숯불구이를 하려면 일반적으로 조개처럼 뭉쳐놓은 Briquette 차콜이 아닌, 분위기상 나무 형태 그대로 남아있는 lump 차콜을 사야하는데, 이것도 어떤 나무로 만들었느냐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저는 둘러보다가, 히코리 나무와 참 나무를 섞어놓았다는 숯으로 샀습니다. 드디어 주문한 그릴이 도착해서, Costco에서 갈비살 한팩을 사다가 테스트를 해 봤습니다.

우선 이렇게 숯에 불을 붙여야 합니다. 가장 편한 방법은 이런데 쓰는 착화기름을 붓고 불 붙이는 것이지만, 저는 그냥 개스 토치로 여러 군데를 불을 붙였습니다. 숯을 여러방향에서 불을 붙여 준후에 위 아래 한번 뒤집어 주고 다시 한번 하면 불이 붙습니다. 이 작업이 끝나면 이 숯 그릇을 들어서 그릴 안에다가 집어넣어야 하는데요, 그릴 안에는 바닥과 주변에 약간의 물을 먼저 부어주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걸 하고 나서, 이 숯 그릇을 넣고, 고기 불판을 올렸습니다. 약간 기다렸다가, 드디어 갈비살을 올리니, 바로 익기 시작하더라구요. 아래 사진 처럼요..

소고기 갈비살을 먹어보니, 숯불향도 적당하고 맛도 좋은데, 식당에서 먹는 갈비살과 비교하면 뭔가 고기가 싱거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인터넷으로 좀 찾아보았더니, 한국의 생고기집에서 구워먹는 고기는 대부분 사전에 염지라는 과정을 통해서 고기에 간을 하더라구요. 일반적인 방법이 (맛)소금+설탕+미원을 섞은 다음에 물에 녹여서 분무기로 생고기에 직접 뿌리던가, 고기를 그 물에 담가뒀다가 건져서 약간 건조시킨 후에 손님 테이블로 나간다고 하네요. 겉으로 보기에는 정말 아무것도 처리하지 않은 생고기 같지만요. 🙁 사실 이번에 저도 소금/후추로 가볍게 양념은 했는데, 숯불향에 가려진 것일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좀 싱거웠습니다. 다음번에는 저도 약간 간을 좀더 강하게 해서 다시 한번 해 봐야겠습니다. 생각보다 숯이 화력이 오래가서 그 코스코 갈비살 한팩 먹는데 숯이 얼마 들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 숯은 엄청 오래 쓸것 같습니다.

집안에서는 고깃집처럼 확실하게 연기를 빨아들이고 추가적인 강력한 환기 시설이 갖춰지지 않으면 할 수 없겠더라구요. 처음에는 쿡탑 위에서 후드 켜놓고 해볼까 생각해봤는데, 주방에 있는 후드는 거리가 멀어서 연기를 100% 포집해서 밖으로 내보내기가 쉽지 않아보이더라구요. 그래서 이러한 숯불 구이는 외부 뒷뜰에서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실내에서 하면 그 냄새랑 연기도 문제지만, 일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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