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방학때, 저랑 와이프는 코로나백신 1차 접종을 마치고, 아주 오랜만에 워싱턴주 남서쪽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 두 군데를 둘러보려고 간 계획인데요, 1980년도에 화산 대폭발이 일어났던 Mount Saint Helens와 바로 실망곶(실망봉)인 Cape Disappointment입니다. 그런데 날씨가 좋지 않아서 헬렌스 산에 대한 이야기는 날씨 좋을때 다시 다녀와서 사진을 올리도록 하고, 오늘은 실망곶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남단 Cape Town에는 희망봉(Cape of Good Hope)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수에즈 운하가 생기기 이전 대항해 시대에는 유럽에서 아시아 지역으로 가던 배들은 항상 아프리카를 돌아서 가야하는데, 일단 여기 희망봉에 도착하면 긴 항해의 절반 정도 지나왔고, 인도를 향해 북쪽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해서, 큰 용기와 희망을 주는 곳으로 알려졌지요.

그런데 갑자기 이와 반대되는 미국에 실망곶이라니요? 그 연유가 저는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좀 찾아봤더니, 유럽 무역상이었던 존 메어레스 (John Meares) 1788년에 미국 태평양 연안을 탐사를 하던 중에, 그 당시 어설프게 만들어져있던 스페인 탐험가들의 지도를 보면서 분명히 이 어딘가에 큰 강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을거라고 찾아왔는데, 결국 그 강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못찾고, 가장 끝자락에 있는 곶을 실망의 곶이라고 이름을 붙여놓고 떠났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7년 뒤인 1805년 11월에 메리웨더 루이스와 윌리엄 클락 (루이스 앤 클락 원정대) 이 컬럼비아 강을 따라서 여기에 도착하죠. 지금이야 위성지도가 있어서, 이걸 어떻게 못찾을 수가 있었을까 생각이 들겠지만, 그 당시에 아무것도 없던 해안선에 여러개의 만(bay)들이 있었고, 존 메이어스도 여기도 그런곳들 중에 하나인 줄 알았나 봅니다. 그리고 컬럼비아강의 폭도 넓고 물살이 세어서 이 당시에는 배를 몰고 강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밑에 지도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컬럼비아 강 하구가 엄청 넓어서, 그 끝에 내륙의 강으로 들어갈 길이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 없었겠지요.

사실 이 곶 (Cape)의 이름은 여러번 바뀌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결국 그 후 1792년 이 지역을 탐사한 조지 밴쿠버가 이 곶의 이름을 실망곶(Cape Disappointment)으로 하자고 했답니다. 밴쿠버는 자기의 이름이 캐나다 브리티쉬 컬럼비아와, 워싱턴주에 각각 도시 이름으로 남아있게한 바로 그 사람입니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나 첫번째 전망대에 도착을 했습니다.

이 실망곶에 대한 일반적인 안내도입니다. 곶의 지형과 둘러볼 곳들이 잘 표시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짧은 산책길들도 잘 만들어 져있는데, 아주 오랜만에 느껴보는 촉촉한 숲속의 내음이 진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전망이 좋은 곳이라, 그 만큼 세계 2차 대전 당시에는 일본군이 태평양을 건너올까봐 전망 초소를 이곳에 지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남아 있네요. 이 길을 좀 더 지나면 드디어 해변가가 잘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 곳에는 운치있어 보이는 등대가 2곳이 있습니다. 밑에 보면 등대에 대한 설명도 있고, 여기 실망곶에 대한 추가 설명도 있습니다.

이 등대를 멀리서 보면 아래 사진처럼 멋진 풍경이 되네요. 날씨가 화창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우리가 방문을 한 날은 날씨가 흐리고 소나기도 잠깐 왔었습니다.

여기서 반대쪽 바다를 보면 이런 풍경입니다. 아주 시원한 뷰인데, 사진으로 이렇게 줄여서 보니, 그렇게 감흥이 있지는 않군요.

차를 몰고 남쪽에 있는 등대와 방문객 센터로 내려왔습니다. 이 등대는 더 남쪽을 비추고 있는데요, 사진이 고느적한 풍경으로 보이네요. 역시나 사진을 작게 만들어서 보니, 감흥이 떨어지는군요…

루이스 앤 클락 방문센터의 문이 잠겨 있는데, 코로나 때문에 금토일에만 연다고 합니다. 우리는 목요일에 갔었거든요. 그래서 아쉽지만 내부는 구경해보지 못했습니다.

여기를 보면 대륙의 끝에 왔다는 이야기와 함께 왜 실망곶이라는 이름으로 남아있는지 알려줍니다.

아름다운 등대와 적당한 거리의 산책길, 그리고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볼거리 들… 그리고 태평양 바다를 향해 탁 트인 전망. 저는 생각했던것 보다 좋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마다 생각이 다르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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