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집짓기 #3

공사전 회의를 한지 약 2주가 지나서 드디어(!)빌더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시청에서 신축 건물 허가가 나왔으니, 공사 시작하기 전에 집터에서 우리를 만나고 싶다고… 그래서 약속을 정하고 아내와 같이 빌더를 만났습니다. 자기가 생각하는 계획들, 그리고 공사 진행 순서들을 설명하고, 이번주 부터 대략 120일 후면 집이 완공될거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COVID-19으로 그 무슨 특별한 조치만 없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요…
그리고 정말 다음날 가봤더니, 드디어 우리가 정한 땅에 기초 공사를 시작했어요. 집이 놓여질 곳을 평탄화 작업을 해 놓았더라구요.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빌더가 철근 막대기 같은 것으로 여러군데에 땅에 꽃아서 위치 표시를 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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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날, 그 다음날 갔더니, 이렇게 거푸집(molding, form work panel)을 대 놓았더라구요. 좀 멀리서 보니 약간 허술해 보이긴 했지만, 뭐 제가 여기 개입을 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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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주 월요일, 콘크리트를 싣고 와서 여기에다가 붓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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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러한 거푸집을 며칠 두는 줄 알았는데, 콘크리트 붓고 나서 다음날 저녁에 가보니, 이미 모든 거푸집들을 철거해서 싣고 가버렸더라구요. 나중에 빌더한테 문자 메세지로 물어보니, 여기에서는 만 24시간 지나면 떼어내서 말린다고 하더라구요. 떼어내니 뭔가 그래도 만들어진것 같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렇게 만들어진 콘크리트 파운데이션이 충분한 강도를 가지게 될 7일정도 양생을 하면서 땅 밑으로 들어가는 모든 유틸리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수도관, 상수도 라인, 전기 라인, Cable TV, 전화, 인터넷 라인 그런것들이 들어가는 모든 라인에 PCV 파이프 혹은 그 유사한 것들을 이용해서 2중으로 보호해서 바닥에 깔아넣더라구요. 그리고 콘크리트 붓고나서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는 아래 사진에서 보시는 것 처럼 주변에 모든 땅을 다시 정리해놓았습니다. 앞부분은 차고이고, 뒷부분은 주거공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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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제가 배운것. 미국에서 집 기초공사 하는 방법이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콘크리트를 그냥 다 부어서 완전히 딱딱한 바닥에서 집을 짓는 방법(Concrete slab)과, 또 다른 하나는 Pier and Beam 방식이라고 해서, 집 밑 바닥에 공간을 띄워서 그 위에 집을 짓는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공사비로 보면, 그냥 콘크리트를 붓는게 훨씬 저렴해서 작은 집들은 대부분 그런식으로 콘크리트로 바닥을 한다고 합니다 (밑의 그림에서 오른쪽). 하지만 집이 큰 경우에는 집 밑에서 뭔가 고장이 나서 수리 할 경우, 그 콘크리트 바닥을 모두 깨고 열어야 하니, 수리비용이 많이 들겠지요. 그래서 큰 집의 경우에는 밑에 보시는 그림의 왼편 모습처럼 바닥에 공간을 두고 집을 짓는데, 우리가 짓는 집도 이렇게 짓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모든 유틸리티 라인들이 밑으로 가고, 혹시 문제가 생기면 집 밑으로 들어가서 고칠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경우에는 밑에서 올라오는 습기나 냉기를 차단하기 위한 추가 단열재 설치가 필요하겠지요. 집 바닥 주변에 여러개의 통풍구가 이미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 결정은 넓은 미국의 지역마다 다른 기후 때문에 어떤게 정답이라고 말 할 수는 없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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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다른 한가지. 바로 물입니다. 2004-2005년도 남부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라는 도시에 반년 좀 넘게 살면서 확실히 느낀게, 거기는 수돗물의 질이 확실히 좋지 않습니다. 수돗물은 확실히 정수해서 마시거나, 마트에서 병에 든 물을 사서 마시고, 설겆이하고 그릇들을 닦아서 두지 않으면, 하얀색 가루들이 아주 선명히 보일정도로 심하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여기 워싱턴주 리치랜드에 와서 느낀점은 여기 수돗물은 한국 수돗물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남캘리포니아 물보다는 확실히 좋다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지질조사국에서 발표한 물의 경도 수준을 보시면 여기는 최고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지역입니다. 시애틀이나 포틀랜드쪽은 물이 괜찮다고 이미 잘 알려져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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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 리치랜드 시에서도 물의 수준을 좋게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몇년전의 워싱턴주의 음용수 컨테스트에서 2등을 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시청 홈페이지에 가보면, 매년 미국 EPA에서 제시하는 여러가지 식수의 기준 함량 가이드라인보다 엄청 좋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 원인이 있겠지요. 가장 큰 이유는 북쪽으로 30-40마일 올라가면 예전에 핵무기 재료를 만들던 핸포드 라고 있습니다. 여기서 혹시나 방사성 폐액이 누출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좋고 깨끗한 물/환경 만들기에 이 도시는 다른 도시들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와 노력을 기울여왔을것입니다. 정치인들로부터 지원도 받았겠지요.
 
제가 갑자기 물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빌더가 연수기를 설치할거냐고 물어봐서 입니다. 연수기(Water Softener)를 설치할거면 수도관 연결을 차고로 빼서 거기에다가 루프를 만들어야 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짓는 집은 옛날 집들이 가지고 있는 큰 워터히터가 없고, 순간온수기로 온수를 보급합니다. 그런경우 물에 경도가 높으면, 탄산칼슘들이 파이프에 침착되니, 연수기를 설치하는게 좋을거라고 하더라구요. 이 동네에 수십년씩 산 사람들 미국 사람들 상대로 몇명 여론조사 해보니, 그냥 하는 사람 있고 하지 않는 사람 있고 반반이더라구요. 그냥 자기의 선호도? 그래서 우리는 설치 한다고 했지요. 물에 여러가지 미네랄들이 많은 물을 경수(hard water)라고 하는데, 이러것들이 집안에 들어가기 전에 걸러내서 좀더 깨끗한 물로 만들어 보내는 게 연수기죠.
 
밑에 동영상 링크를 클릭해서 보시면, 아주 쉽게 이해가 가실겁니다. 그냥 경수의 물, 연수기를 거친 물, 소금을 쓰지 않은 연수기를 거친 물에, 세제를 동일한 양을 첨가하고 엄청 흔들어대니, 상당히 다른 결과를 보입니다. 비누칠을 하고 경수의 물로 씻어내면, 비누가 아주 잘 씻겨 내려가는데요, 연수의 물로 씻어내면 좀 많은 물이 필요하겠지요. 이 동영상의 아저씨가 하고싶은 말은 Salt-free water softener는 실제 soft water를 만드는게 아니다라는 것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초공사가 모두 끝나고 다음날 가보니, 드디어 바닥 및 프레이밍 공사를 할 목재와 합판들이 집터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뭔가 위로 올라 갈것 같습니다. 정말 설계도면처럼 집이 지어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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