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었을때는 한 15-16회 정도 헌혈을 했었던것 같네요. 그리고 나서 미국에 와서는 지금까지 한번도 헌혈을 하지 않았었습니다. 뭐 특별한 이유는 아니었는데요, 나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데, 내 피가 과연 건강한 피일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미국 헌혈은 좀 더 많은 혈액을 뽑지 않나? 라는 잘 모르는 정보 등등..?
그런데 이번 폭설에, 여러 뉴스나 인터넷에서 지역에 혈액이 부족하다는 기사를 보고, 한번 가보기로 결심을 하고 예약후 헌혈센터를 찾았습니다. 처음 왔다고 하니, 이런 작은 책자를 주며 읽어보고 있으라고 하더라구요. 상당히 읽을게 많았는데요….

아무튼 읽고 있다보니, 어떤 간호사가 나의 이름을 부르더니, 작은 방으로 나를 데리고 가서 인터넷에서 입력한 정보가 맞는지, 그리고 운전면허증으로 신분을 확인후에, 손끝 채혈을 통해 헤모글로빈 농도를 재더라구요, 그게 낮으면 일단 헌혈을 할 수가 없으니, 노동력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함이겠지요? 그 간호사가 Perfect!이라고 외치더니, 신장, 체중을 물어보고, 혈압을 재기시작했습니다. 아무튼 모든 것을 통과(?)한 후에 랩탑에다가 스크린을 띄우더니 Q/A에 답하고, 끝나면 방문을 열고나와 자기를 찾으라며 문을 닫고 나갔습니다. 저는 한 10개 정도인줄 알았는데 무려 질문항목이 50개가 넘더라구요. 52아니면 53? ㅎㅎ 각종 경험(?) 및 과거 거주 지역 , 신체 상태 등등 정말로 질문이 많더라구요.

다 마치고 방문을 열고 나가서 그 간호사를 찾으니, 그 간호가사 돌아와서 관리자 모드로 들어가더니, 몇가지 항목에 대해서 저한테 다시 물어보더라구요. 저는 미국 밖에 나라를 몇나라 간적이 있다보니, 그것에 관한 질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무튼 모든 준비과정이 끝난 후, 그 간호사가 나에게 왼팔에 할거냐 오른팔에 할거냐 물어보더니, 거기에 맞는 등받이 침대로 데려가 올라간후에 헌혈을 시작했습니다. 헌혈 받는 봉투에 500이라고 써 있으니, 아마 500 mL을 뽑나 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1 pint (475 mL)을 채혈한다고 하더라구요. 한국보다는 좀 많은것 같습니다. 그 간호사가 미국에서 하는 첫번째 헌혈이라고 하니, 사진 찍어주겠다면서 그 간호사가 사진도 찍어주고, 나중에 내가 헌혈한 피의 따뜻함을 느껴보라고 손에 쥐어주기도 했습니다. ㅎㅎ 정말 따뜻하더라구요.

암튼, 헌혈을 마치고, 간호사가 사람들이 모여있는 테이블로 가면, 커피, 쥬스, 물과 과자들이 놓여있는 곳에 가서 15분 정도 앉아 있다고 가라고 하더라구요. 거기 앉으니깐, 거기 앉아있는 사람들 중에 할아버지 할머니 분들이 계셨는데, 저한테 계속 말을 걸어주시더라구요. 나중에 알고 보니, 자원봉사자 분들인데, 안정을 취하는 시간동안 심심하지 않게 이것 저것 말씀 상대가 되어주는 일을 하시더라구요. 그 시간에 간호사가 오더니, 아래 번호가 적힌 종이를 주면서, 헌혈후 1주일 이내에 감기나 독감 증상이 있으면 꼭 연락하라고 하더라구요. 몸에 조금이나마 안좋은 바이러스가 있으면 수혈을 안하는게 낫다고 하면서… 

15분 정도 앉아서 안정을 취한 후, 미국 적십자사를 나와서 집으로 갔습니다. 이날 저녁도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요.
며칠이 지난 후에 미국 적십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헌혈한 피가 억셉되었고, 새로운 기증자로 등록되었다고.. 저의 피검사 결과, 모든 것을 통과했나 봅니다. 그리고 그 밑에 제가 보고 놀란 내용이 적혀 있었는데요, 저의 혈액이 귀한 혈액이기 때문에, 가급적 기회가 있을때 마다 헌혈을 해주면 엄청 고맙겠다라는 내용이었는데요. 저는 처음에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B형이 Rh+는 흔하디 흔한 혈액인데, 내 혈액형이 왜 귀하다고 하는거지?
아, 위키피디아 내용을 보고 알았습니다. 국가별로 혈액형 분포 비율이 매우 다릅니다. 한국은 O, A, B, 가 비슷한데,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않더라구요. 남미의 콜롬비아에는 B형 Rh+가 국민의 2.3%밖에 안되구요, 미국도 8.5%밖에 안되더라구요. 그러니 제 혈액형이 귀한 혈액형이죠. 미국에서는.. 하.. 밑에 표를 보면 각 대륙별로 좀 다른 경향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미국에서의 헌혈 경험이 재미있었고, 또 새로운 것도 꽤 배웠네요.
이제 1년에 3회 정도로 주기적으로 헌혈을 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