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때부터 뭘 많이 키워왔는데요, 나이가 들어서는, 그냥 물고기가 헤엄치는 어항 정도로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 키우기가 워낙 바빠서… ^^a
지난 3-4년 동안 민물열대어의 왕자라고 하는 디스커스를 꾸준히 키워왔는데요, 동전만하던 녀석들이 거짓말좀 보태서 손바닥 만큼 커졌습니다. 결국은 크면서 자기들끼리 영역 다툼의 싸움을 하다가 다 죽었습니다. 마지막에 남은 두녀석도 결국은 안에 넣어 놓은 수초 화분이 넘어질 정도로 격렬하게 싸우더니, 둘다 용궁으로 가버렸습니다. 이런 시클리드 종류를 여러마리 키우려면, 어항이 더 넓어야 하나 봅니다. 현재 제가 가지고 있는 36갤런(약 140 리터) 어항도 나름은 큰 어항인데, 규모가 좀 큰 물고기를 키우기에는 역부족인가 봅니다. 결국 마지막 남은 두마리가 싸우다가 용궁으로 간 후에, 이 어항을 어찌할까 고민을 하다가 예전부터 한번 해보고는 싶었으나, 도전해 보지 못한, 바다물고기 키우기가 생각이 났습니다. 민물열대어는 대부분 수족관 내부에서 번식이 가능해서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은데 비해, 바다 물고기는 인위적으로 번식되는 종류가 많지 않고, 대부분은 바다에서 채집해오기 때문에 기본 가격이 비싸다고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었거든요. 며칠 고민하다가 결정을 내려버렸습니다. 🙂
우선 어항을 깨끗하게 다 세척하고, 산호사를 씻어서 바닥에 깔고, 아마존에 파는 해수어항용 소금을 대략 맞추어 녹였습니다. 아무것도 안보여요.. 아주 혼탁한 상태입니다. 물이 좀 맑아진 후에, 염도 비중을 측정을 해보니, 어림짐작보다 물이 짜더라구요, 상당한 양의 물을 빼고, 수돗물을 다시 채워서 비중을 적정수준에 맞췄습니다.
이 상태로 며칠 둔 후에, 드라이 락이라고, 산호가 죽어서 만들어진 돌덩어리를 주문해서 넣었습니다. 그리고 박테리아제랑, 코랄알지 시드도 같이 넣고 무작정 기다렸지요.. 그런데 전혀 변화가 없습니다. 정말 미미한 변화? 그러다가 조금씩 갈조랑 녹조가 오기 시작하더라구요. 인터넷에 찾아보면 이런 이끼가 한번 오고 가야, 그 다음 살아 있는 생물을 넣을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도 물은 많이 깨끗해졌네요.
이렇게까지 한 2달 걸렸을것입니다. 민물고기 키우기는 대충 준비만 되면, 바로 물고기 투입이 가능한데, 바다물고기는 항상 기다려야 한다고 하네요. 인내 그리고 인내. 그러다가, 도저히 안될것 같아서 동네 수족관에 가서 작은 라이브 락(Live Rock)을 하나 사서 넣었습니다. 이거는 뭐 여러가지 생물들이 붙어있는 건데요, 확실히 이거라도 넣으니까 좀 더 뭔가 변화가 빨리 일어나더군요. 그러다가 며칠 지나서, 가장 저렴한(?) 바다물고기인 그린 크로미스 2마리를 사서 넣었습니다. 소라게 3마리랑. 얘네들은 바다어항물이 안정화될때가지 하나의 시험용 물고기 (T.T). 처음 넣을때 상당히 조마조마했습니다. 얘네들이 내가 만든 바다어항에 잘 살 수 있을까 하면서요…
그래도 얘네들이 다시 두어달 정도 전혀 문제 없이 잘 살더라구요. 그래서 드디어 욕심을 부려서, 제가 사고 싶었던 바다물고기를 온라인으로 주문했습니다. 스티로폼 박스에 포장이 되어서 왔는데요. 아 색상이 너무 곱네요. 옐로우 탱, 블루 탱(도리), 그린 크로미스, 클라운피쉬(니모), 그리고 소라게 3마리에, 페퍼민트 새우 2마리, 그리고 작은 산호 2 조각.
모든 물고기와 갑각류들이 잘 살고 있는데, 어흑 니모만 용궁으로 떠났어요. 뭔가 우리집 어항이 니모하고 맞지 않나봅니다. 동네 수족관 아줌마랑 이야기를 했는데, 우리집 어항 물을 조금 떠가지고 오라고 합니다. 자기가 공짜로 수질검사 해준다고… 당분간은 새로운것을 넣지 않고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얘네들은 엄청 잘 움직이고, 먹이도 아주 잘 받아먹어서, 큰 걱정은 없어보입니다. 산호들이 빨리 컸으면 좋겠어요.
아, 몇 녀석은 용궁에 갔습니다. 제가 초창기 민물 열대어 키우던때가 생각나네요. 그때도 꽤 많은 생명을 잃게했던 슬픈 기억이… 바다물 유지하기가 민물 유지하기보다 힘든것은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