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이야기들

이번달에 진행된 연구소 SEDP (Scientist and Engineer Development Program)에서는 보통은 누가 잘 알려주지 않는 사실들을 알려주는 강좌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연구소 전체의 운영을 어떻게 하고, 연구소 분야별 섹터는 어떻게 운영이 되며, 각각의 예산은 어떻게 집행이 되고, 또 개인의 연봉 결정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고, 복리후생에 대해서는 어떻게 결정이 되는지 등등, 지금까지 모르던 사실들을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것은 누가 따로 알려주지는 않죠.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강의형식으로 듣게 되는게 좀 안타깝기도 했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2년 과정으로 1년에 약 60여명 참여하거든요. 연구소 인원 4500명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인원입니다.

연구소의 1년 예산은 약 10억달러입니다. 그 금액은 어디서 와서 얼마가 어디에 사용되고, 오버헤드 금액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각 연구비 지원 기관별 분배는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나중에 평가는 어떻게 하는지 등등을 자세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 강의를 할때는 벽에 큰 흰종이를 붙여놓고 직접 쓰고, 그려가면서 설명을 하는데, 참 듣고 보기 편하더라구요. 요즘 거의 대부분은 Powerpoint presentation 슬라이드로 보니깐… 너무 수동적이 된것 같아요. 암튼 한바닥 쓰고 그리면서 1시간 30분동안 연구소 전체 운영이 어떻게 되는지를 설명해 주니, 그 동안 모르던 것들을 제법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밑에 사진은 그냥 잠시 모르게 한장 급하게 찍은거예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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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한시간은 연구소내의 섹터에 대한 소개 시간. 제가 일하는 연구소에는 분야별로 섹터 라는 조직이 있고, 그 섹터마다 담당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듣기는 많이 듣고 관련 몇명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연구비를 주는 기관과의 관계를 유지/발전하고 연구비가 안정적으로 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인데요 현재 15개 정도 있다고 하네요. 시기에따라 12-16개 사이라고 합니다.
그 다음 강좌는 PNNL의 연봉에 대한 것이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잘못인식하고 있는게, A사, G사, F사 등등 잘나가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기본 연봉도, 지역대비 물가도 높고, 상대적으로 국립연구소는 스탁옵션이나 보너스를 줄수 없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아주 큰 차이가 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다른 베네핏(복리후생)과 지역 물가를 고려하면,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하는 설명을.. 그리고 Compensation Ratio와 Range Penetration등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암튼 이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어요. 아, 그리고 누군가 질문을 했는데, 남성과 여성의 임금 수준 차이가 어떻게 되냐고.. 이 클래스 강연자의 대답이 흥미로웠습니다. 정식 명칭을 밝히기는 꺼려하는 것 같은데, 매년 연구소내의 각 직급별 남/녀 임금 평균 및 편차를 조사하는 연방 Agency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매년 조금씩 바뀐다고 하는데, 작년같은 경우에는 같은 직급에서 비교할때 여성들의 연봉이 남자보다 높았다고 합니다. 제가 일하는 기관은 정말 남성/여성 고용에 관해서는 평등한 기관이네요. 하지만 여전히 전체의 수로 보면, 남자가 많지요….
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복리후생에 관한 것이었지요. 제가 일하는 PNNL의 복리후생은 어떻게 평가하고 어떻게 유지하느냐… 이런것들을 설명해주더라구요. PNNL에서 정해놓은 18개의 기업 및 국립연구소들이 있고 2년 단위로 그 회사나 연구소들의 복리후생이 어떻게 되는지를 상대 평가해서 100점 평균 기준에 102-104점을 유지하도록 노력한다고 하네요. 그리고 그렇게 유지하기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어떤 항목이던간에 인상이 필요한데, 이것을 올리려면 에너지부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 18개중에 기억나는 곳은 GE (General Electric), 록히드 마틴 (Lockheed Martin),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오크리지 국립연구소 등이 기억에 남네요. 복리후생의 세부 평가 항목들은 의료보험, 연금, 401K, 각종 세부 비과세 제도, 휴일, 그리고 Short/long term disability가 되었을때의 지원 등등의 세부 항목들을 봤었는데요.. 각 세부 항목별 등수도 나오더라구요. 위에서 말했듯이 종합점수로는 18개 비교군들의 평균보다 조금 높게 설정을 하는데요, 은퇴연금/은퇴자 의료보험 지원같은 항목에서 18개 가운데 4위수준이던가 그랬습니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죠. 최근에 미국에 일반기업들은 연금제도가 거의 없죠. 나라가 지원해주는 Social Security와 401K(퇴즉금 구좌), 이 두가지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PNNL의 연금제도는 은퇴전 최고 60개월 (5년) 월급의 평균값의 1.2%를 곱하고, 거기에 일을 한 기간을 곱하여 결정이 되고, 65세부터 평생 수령이 되죠. 예를 들어, 은퇴전 5년의 평균연봉이 150,000불인 과학자라고 가정을 하면, 이 사람은 한달에 12,500불의 임금을 받죠. 그러면 이 사람의 연봉 12,500불에 1.2%를 곱하면 150불이네요. 여기에 만일 20년을 근무를 하게 되면 65세부터 한달에 3,000불을 연금으로 받게 된다는 말입니다. 간편하게 1.2% X 20년 하면 24%, 은퇴전 연봉의 24%를 연금으로 받는다는 거겠죠. 여기서 한국의 공무원 및 각종 연금제도와 PNNL의 연금제도의 가장 큰 차이점은, PNNL은 기여금이라는게 없습니다. 즉 연금 기금 마련을 위한 돈은 모두 연구소에서 지불합니다. 즉, 한국은 개인의 연봉에 이 금액을 포함시킨 후에 다시 떼어가는 방법으로 연봉을 계산하는 반면, PNNL은 연봉은 연봉이고, 연금은 연구소에서 따로 부어주는 시스템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과제의 기관 부담금(오버헤드)이 높습니다. 국립연구소가 대학교보다 연구하기 비싸다고 하는 이유중에 하나. 그리고 5년동안 스탭으로 근무하면 65세부터 받을 수 있습니다. 저도 이제 스탭으로 5년의 크레딧을 다 채워가네요. (지난 5년의 평균 연봉의 6%)

미국은 기본 생활 보장을 위해 나라에서 운영하는 Social Security제도가 있고, 아마 한국의 국민연금과 비슷할 것입니다. 이것은 나라에서 기본 생활비 지원을 위해 운영이 되는데요, 자세히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이것도 내셔널랩에서 일한 사람이라면 한달에 1500-1800불은 받는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 PNNL연금과 함께 Social Security를 수령한다면 월 금액이 적지는 않네요.
그리고 기본적인 은퇴 연령은 65세이지만, 55세부터 은퇴를 할 수 있는데, 55세부터 65세까지 의료보험을 PNNL에서 일부 보조를 해준다고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같은 보험이긴한데, 물론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는 많이 올라가더라구요. 암튼 이 부분도 다른 18개 기관과 비교할때 상당히 상위권이었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순위가 좋지 않았던게, 401K 퇴직금 프로그램이었던것 같습니다. 아마 거의 15-6위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현재 연구소에서 일하는 사람이 연봉의 7%를 퇴직금 통장에 넣으면 3.5%를 매칭해서 연구소에서 부어주는 것인데요, 제가 다른 쪽 기업이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PNNL에서 matching해주는 퍼센트가 적은것 같아요. 아마 연금에 좀 더 큰 비중을 두는 것 같으니, 상대적으로 퇴직금제도는 조금 약하게 가는 것일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들었는데, 너무 많아서, 다 쓸수는 없네요. 연금 이야기를 너무 자세히 썼나요?


전혀 다른 이야기지만, 얼마전에 연구소에서 기념품을 하나 줬습니다. 순은으로 만들어진 미국 1달러 주화인데요. 1 oz (28.35g)의 무게입니다. 그리고 상당히 크기가 큽니다. 잠시 찾아보니 순은 1 oz의 미국 가격이 $17.5정도 되네요. 작년 11월달에 상대적으로 괜찮은 학술지에 논문이 실린것이 있는데, 그것을 기념해서 준 기념품입니다. 국 끓여먹지도 못하는 은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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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thoughts on “연구소 이야기들

  1. 지역 물가를 고려하면 PNNL보다 좋기 힘들죠 🙂 연금은 정말 매력적인데, 저는 연금은 고사하고 3년을 한 달 못 채웠더니 401K 매치된 돈도 다 뱉어내라고 하더군요. 제 덕에 연구소 재정이 조금은 좋아졌길…

  2. 소셜 연금은 매년 물가가 상승한 것 (화폐가치 하락) 의 50~100% 정도는 감안해서 수령액을 올려주는 것 같은데
    401k 에 의한 수령액과 pnnl pension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1. 소셜연금은 지금계획하는대로 받을수 있을지 모르겠지요. 한국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여기도 소셜연금 받는 나이를 계속 늦추고 싶어하지요. 충분하지 않는것 같더라구요. 401K는 전적으로 자기가 얼마를 적립하느냐에 달려 있지요. 많이 불입하는 사람은 은퇴할때 큰 목돈이 구좌에 있는셈이고, 적게 하거나 최소한만 하면, 얼마 안되겠지요. PNNL 펜션은 좀 다른 문제이긴한데, 지난 10년간 4000명 초반 운영하다가 코로나 이후 갑자기 6천명이 넘게 되어서, 나중에 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뭐 이런 걱정하면서 살 필요는 없죠. 걱정한다고 바뀌는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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