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적에는 간장게장이든, 양념게장이든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아마 이런것은 부모님께서 드시냐, 안드시냐의 차이에 기인하는 듯 싶습니다. 제가 양념게장을 많이 먹어본 것은 경기도 연천에서 장교로 군복무를 할 때 간부 회식을 하면 자주 가는 식당이 있었는데, 거기 밑반찬에 항상 양념게장이 나왔거든요. 먹어보니 너무 맛있더라구요. 사실 간장게장보다는 양념게장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간장게장은 좀 비린내가 강하더라구요…
아무튼, 미국에서는 양념게장을 맛볼 기회가 너무나 제한적입니다. 지난번 시애틀 한국마트에 장보러 갔다가 절반으로 잘라놓은 냉동 꽃게를 파는것 아니겠습니까? 큰 마음 먹고, 두팩 구입했습니다.

몇주 전 금요일에 손님들이 오셨는데요, 양념게장은 먹기 이틀전에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그 전 수요일에 양념게장에 도전하였습니다. 우선 인터넷을 통해 몇가지 레시피들을 읽어보고, 대략 윤곽을 잡은 후 제 마음대로(?) 만들었지요… ^^.
우선 칫솔을 가지고 냉동게를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뺐습니다. 집게발은 몸에서 떼어낸 후에 두 조각으로 자르고 나머지 잔발들도 정리했지요. 아래 사진은 양념하기 전.. 한팩에 5마리(10조각)씩 들어있더라구요. 총 20 조각.

신선한 게와 맛있는 양념이 가장 중요할텐데요, 양념장은 일찍 만들어서 준비해뒀습니다. 양파, 피망, 마늘, 생강을 믹서기에 갈고 고추가루, 후추가루, 매실청, 참깨, 간장을 넣고 잘 섞은 후 두시간 정도 두었습니다.

그런 다음, 다진 파와 고추를 넣고 게와 양념을 버무리는 거죠. 게장은 아무래도 양념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 고추가루를 좀 많이 사용했습니다. 양념이 골고루 배이도록 부드럽게 여러번 섞은 후, 아래와 같은 상태가 된 후에 랩을 씌워 이틀 동안 냉장고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서 제일 작은 게를 먹어보니, 음… 먹을만 하더라구요. (^^) ㅎㅎ 다음날 손님 오시는데 꺼내놓아도 실례가 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당일날은 집게발 빼고 몸통만 내놓았는데.. 음..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더라구요. 제가 먹어보니, 하루 숙성과 이틀 숙성도 맛 차이가 꽤 나는 것 같았습니다.
이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나중에 손님 접대할 일이 있으면, 양념게장을 또 만들어 내놓아도 될것 같아요.
아쉽게도 마지막에 접시에 꺼내놓은 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위에 사진은 그냥 양념에 푹 담긴 모습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