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랜드 학군 재조정

며칠전에 제가 살고 있는 도시 교육청에서 새로운 학군 조정안을 최종 합의 통과시켰습니다.

아래와 같지요. 내년부터 10개의 초등학교가 리치랜드의 학생들을 받게 됩니다. (West Richland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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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있는 Richland의 남쪽 지역은 계속 새로운 집들이 지어지고
사람들이 이사를 오려고 하는 지역이다보니, 해가 갈수록 남쪽에 있는 학교가 수용인원을 초과하는 바
2년전에 새로운 초등학교를 건설하자는 안건이 주민 투표로 통과가 되어서
현재 남쪽지역에 세번째 초등학교를 짓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5년 9월부터 신입생 수용 및 기존 지역 학생들이 이동을 하게 됩니다.

South Richland에 있는 초등학교는 Badger Mountain Elementary(위의 지도에서 붉은색)와
White Bluff Elementary (위의 지도에서 하늘색)가 있고,
새로 지어지고 있는 세번째 학교 (위의 지도에서 연한 노란색)는 얼마전에 이름도 결정이 되었습니다.
촌스럽지만 Orchard Elementary로요.. ^^
그런데 문제는, 학교가 새롭게 지어지면, 학군을 조정해야 하는데요, 이게 보통일이 아니더라구요.
현대사회는 자본주의와 맞물려 각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을 하는데요
사람사는 곳은 다 똑같죠? 여기도 여러 의견충돌이 있더라구요.

한국은 대단지 아파트가 있는 곳은 학군이 좋지만,
제가 사는 도시에서는 사실 자기사는 동네에 아파트가 안생기길 바라고,
자기 학교 학군에 아파트가 포함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부모의 직장이 아직 안정이 안되었다고 생각될수도 있고,
이사를 곧 갈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학교 친구들이 자주 바뀐다는 걱정때문인데요,
아무튼 많은 학부모들이 아파트 지역이 자기 학군에 포함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더라구요.

하지만, 아파트 산다고 주변에 있는 학교에 못가고 다른 멀리 있는 곳으로 간다면 그것도 말이 안되죠.
그래서 이번 학군 조정안에는 얼마나 골고루 아파트를 분산시켜넣느냐가 관건이라고 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학교 관련 일에는 집을 소유한 Home Owner들의 입김이 강합니다.
왜냐하면 미국 공립학교를 운영하는 돈은 그 도시의 주민 세금으로 지원이 되는데,
그 세금의 거의 대부분이 집을 가진 사람들이 내는 재산세입니다.
(저도 집값의 1.3%인가? 매년 내고 있습니다). 그 외에 주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구요..

아무튼, 여러번의 공청회를 거쳐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그 중 한번은 제가 사는 동네 아이들이 현재 학군에서 옮겨져서 다른 곳으로 가는 수정안이 나와서
우리 동네가 긴급 반상회를 하고, 그 다음 교육청 공청회에 많은 수가 참여 했습니다.

사실 학교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집에서 기존학교 보다 먼거리로 통학한다는게 좀 말이 안되었습니다.
물론 미국은 모두 스쿨버스가 태워가고 태워오지만, 거리가 멀수록 사고위험은 크니깐요..

긴급 반상회를 추진한 가정에서, 저한테도 공청회에 꼭 참석해서 자리를 지켜달라고 부탁을 해서
난생 처음, 리치랜드 교육청 공청회 자리를 갔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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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에서 보시듯이 교육청 교육위원장과 위원회 멤버들이 앞에 앉아있고,
대략 7-80여명의 청중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번 공청회에서 결정된 최근 조정안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다시 하고
이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습니다.
 
시작전에 규칙을 이야기하더라구요.
발언권을 얻고자 하는 사람은 뒷편에 이름과 연락처를 기입하고,
순서대로 1인당 3분씩 발언이 가능하다구요.
그러고 나서 사람들이 모두 나가서 자기의 의견을 교육청 위원들한테 설명을 하던데요,

제가 한국에서 상상을 했을법한 언성을 높이거나,
과격한 표현으로 말은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더라구요. 흠
다들 담담하게 자기의 의견을 이야기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안의 문제점을 제시하면서,
자기가 생각하는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국 같으면 일단 무조건 이번 안은 안된다고 할텐데…

한 아줌마는 자기 아이가 건강이 좋지 않아서
집에서 매일 먼 곳으로 통학은 힘들다는 말을 하면서 눈물 흘리시더라구요.
또 중학생 정도 되어보이는 아이도 발언권을 얻어서 자기 남동생이 지금 3학년인데,
내년부터 다른 멀리 있는 학교로 옮겨야되는
친구도 학교도 갑자기 바뀌는 이상한 결정이라고 까지 말도 하고..
그리고 발언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마무리를 지으면서 위원들을 향해
“I don’t envy your job”이라는 말을 많이 하더군요.
사실 교육위원장 및 위원들은 지역주민 각각의 의견을 받고,
최대한의 다수가 만족하는 안을 만들어내기가 정말 쉽지는 않겠더라구요.

대략 25명 정도 발언을 하고 나서,
위원회 간사쯤 되는 사람이 하는 말이 저를 놀라게했습니다.

그 사람 말이, 워싱턴주 교육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시의 교육위원들이 이런 공식 공청회 자리가 아닌 개별적으로 만나서
현재 논의되는 안건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없도록 되어 있기때문에
공청회 자리에서 바로 다음안을 공개적으로 논의해서 발표를 해야 한다고,
잠시 지루하더라도 20분 정도 청중에게 기다려 달라고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다들 각자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학생수 배분을 위한 구역조정안을
새롭게 논의하더니 끝에 위원장이 새롭게 결정된 안을 공표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사는 동네 사람들을 2주간 놀라게 했던 학군 조정안은 바로 폐기되고,
새로운 수정안이 만들어졌습니다.

의사봉으로 새롭게 결정되었음을 알리고, 홈페이지에 새롭게 학군 조정안을 올린 후에
2주후에 또 다시 공청회를 한다고 말하니, 많은 청중들이 박수로서 공청회를 끝내더라구요.
교육청 교육위원회 위원들이나 3분씩 발언하는 사람들이나
모두 한결같이 상호 존중해가며 이야기 하는 모습.
저에게는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우리나라 국회 의원들의 말과 행동도 떠오르면서…ㅎ
그리고 저도 항상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인격적 수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저도 앞에 나가서 한마디 하려다가 참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사람들이 이미 다 알아서 해버려서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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