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랩 정규직 전환

포항에서 박사 학위 받고, 이곳 미국 워싱턴주 Richland에 온 지도 3년하고 몇달이 지났네요.
여기 질량분석 연구팀에서 박사후 연구원(Post-doctor)으로 그 동안 일을 해 왔는데요….
지난 1월 1일부로, 제가 있는 그룹에서 저를 정규직 연구원(Scientist)으로 전환을 해 주었습니다.

사실, 저의 보스의 요청으로 지난 8월 경에 정규직 전환 프로세스가 시작될뻔 했는데요
윗선, 매니지먼트 그룹에서 제 이력서(CV) 회람되고, 어떤 level로 고용되느냐에 대해 이야기가 오가던 즈음..
‘아주 높은 분’께서, 11월에 있는 대통령선거에서 누가 되느냐에 따라 향후 연구비 판도가 바뀌니
선거 끝나고 나서, 다시 논의하자라고 하셔서.. 그냥 그 한마디에 취소되었었습니다. T.T
사실, 저의 보스의 연구비가 충분하면 저를 바로 고용할 수 있겠지만, 저의 보스도 Junior라 연구비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저 위의 힘있는 사람의 연구비 도움을 받아야지만 저를 정규직으로 고용할 수 있는 거죠…

11월 초, 선거가 끝나고,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결정되자,
다시 매니지먼트 회의가 열렸는데, 제 보스가 회의 마치고 와서 하는 말이..
‘그 높은 분’ 분께서, 비록 선거는 끝났지만, 아직 재정절벽(Fiscal Cliff) 문제가 남아 있으니 내년에 논의하자고.. T.T
저도 이제는 기다리기가 좀 곤란하다는 뜻으로 다른 자리 알아볼수도 있다는 뜻을 조금 내비치니..
제 보스가 ‘최선을 다해 보겠다는 말’과 함께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는, ㅋ
그리고 자기가 해보고 정 안되면 그때 알려줄테니 그때 다른 자리 알아보라고……

제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여러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재미도 있고 데이터도 잘 나오는것이, 미생물 그룹 (Microbiology Group)과의 공동연구입니다.
제 보스가 여기 미생물 그룹 그룹장 및 높은 사람들과 회의를 한 다음에,
저를 우선 미생물 그룹으로 고용을 하고, 제 보스가 연구비를 마련하면(?)

다시 데리고 오는 것으로 협상을(?) 했나봅니다. ㅋ
아무튼, 이러한 우회적인 협박(?)의사가 우리 그룹 매니지먼트쪽에 전달되니깐..
우리 그룹에서 조금은 긴장하며 회의를 했나봅니다. 그리고는 결국 저를 전환 시키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우리 그룹은 인원이 대략 100명정도 되고, 박사후연구원 과정이 평균 30여명 정도 됩니다.
그 중에 1년에 1-2명 정도에게 정규직 전환의 기회가 주어지는데요.
제가 여기서 일하는 동안 총 5명의 post-doc이 우리 그룹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1년에 2명이 안되는데요, 그중에 4명은 미국인, 1명은 중국계 캐나다인이였습니다.
미생물 그룹장의 압력이 없었더라면, 아마 저는 어떻게 되었을지 모릅니다.
저같은 VISA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은 더더욱… ㅎ

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신규 고용와 똑같이 법으로 외부 공고를 1주일간 내야 했고
인터뷰도 똑같이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12월 중순에 높은 분들 5명과 개별 인터뷰도 했는데요..
우리 그룹의 현실을 많이 전해 들었습니다.

우선,
‘그 아주 높은 분’께서는 남들과 비슷하게 해서 되는게 아니고, 더 잘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시고..
또 어떤 분은.. 우리가 아주 어려운 시기에 아주 어려운 결정을 하는 거라고… 압박을.. T.T
                    회계년도 2014년의 우리그룹의 연구비가 위험하다고…
또 어떤 분은.. Post-doc은 job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더군요.
                   그 분이 하는 말이.. “Any job is a good job now”라며…
                   요즘 Ph.D. 받고 연구할수 있는 포지션의 직장 구하기가 엄청 힘들다고…
                   미국에서 매년 나오는 Ph.D.숫자가 어마어마하고, 또 외국에서 많이 들어온다고..
                   지금은 미국에서도 많은 수가 Industry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또 어떤 분은.. 미국 내셔널랩의 스탭이 되는 것은 야구경기를 하는 것과 같다고…
                   내셔널랩의 연구는 규모가 큰 연구가 위주이다 보니..
                   공동연구(야구에서 수비)할때 각자의 포지션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것은 잘 해 내야하고..
                   논문을 쓸때(야구에서 공격)는 홈런, 안타를 치듯이 잘써서 좋은 학술지에 논문을 써야 하는거라고..
또 어떤 분은.. 에너지부 내셔널랩의 Entry Level Scientist는 학계의 조교수 급이니..
                   항상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실력을 배양하라는…..  

암튼, 이러한 인터뷰도 모두 끝나고 1월 1일부로 전환이 되었습니다.

Post-doc offer를 받을때는 엄청 두꺼운 바인더에 갖가지 서류들이 들어 있었는데,
Staff 전환 offer는 pdf 화일로 딱 2 page 오네요.
하나는 연봉이 적혀 있는 정식 job offer, 또 한장은 Benefit 변경사항이었습니다.

정말로 ‘운’이 좋았습니다. 제가 하는 분야가 우리그룹, 특히 우리 보스에게 필요한 것이였거든요.
사실 우리 보스가 한국에서 학위한 저를 post-doc으로 뽑았던것도 상당히 큰 도박이었는데요
이렇게 될줄은 저도 몰랐네요. 아무튼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연구해야 겠습니다.

아참! 혹시나 오해하실지 모르겠는데요….
미국의 내셔널랩 Staff은 정규직이고 정년 퇴직할때까지 근무 할 수 있지만

한국의 정년보장 정규직과는 개념 자체가 다릅니다. 즉, 연구비가 없으면 언제든지 해고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한테도 5년 정도의, 즉 2018년까지의 연구비는 보장이 되어있고 (고용을 위해),
그 이후에는 제가 연구비를 직접 따오던지, 다른 연구팀에 기여해서 연구비를 받던지…
어떻게든 연구비를 받아와야 살아남는다고 합니다. 보통 미국 대학 조교수랑 비슷하더라구요.

만일 한국의 국립연구소나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정규직 선임 연구원급들을 해고하면 어떻게 될까요?
현재의 한국의 시스템은 그럴리도 없겠지만, 상상이 불가하죠..

4 thoughts on “내셔널랩 정규직 전환

  1. Congratulations!!! 영모야~~ 다시한번 진심으로 축하하고, 지금까지 그래왔던거처럼 더욱 열심히 해서 니가 바라는 Job을 계속 할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건강하고!! ^^

    1. 감사합니다. 단지 제자리에 서 있기 위해서라도 뛰어야 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ㅋ

  2. 반년이 지났지만….^^ 이제 소식 알았으니! ^^;;
    축하한다. 미국에 계속 남게 된 상황이네.

    1. 벌써 반년이 지났구나… 어흑!

      얼마나 오랬동안 있을지는 모르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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