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운 미국 엔지니어

제가 연구하는 분야는
소위 말하는 ‘질량분석기(Mass Spectrometer)’ 라고 하는 고가의 분석 장비에 의존도가 큽니다.
이 질량분석기는 가장 기본 사양의 기기가 최소 1억 정도는 하고
요즘 나오는 최신의 것들은 대략 5-6억 정도 하지요.
물론 훨씬 더 비싼것도 있지만, 상업적으로 잘 팔리는 것들이 그렇다는 것이죠.
하지만 그 크기면에서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체감 가격은 더욱 더 높게 느껴집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장비를 직접 생산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연구를 위해서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데요,
몇 몇 회사를 꼽아보면..

 – Thermo (Finnigan 합병)
 – Agilent (Varian 합병)
 – Bruker (Varian 일부 인수)
 – Applied Biosystems
 – Jeol
 – Waters 등등등….

따라서, 한국에서 대학원 공부할 때부터 이러한 회사들의 엔지니어 분들과 동고동락(?) 해 왔는데요…
장비가 고장이 나거나, 어떤 문제가 생기면 우선 전화를 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해결방법을 모색해보지만,
상태가 심각한 경우에는 서울이든, 대전에서 엔지니어가 직접 포항까지 내려왔지요.

보통 보면 엔지니어분들은 전자, 기계공학 전공하신 분들이 많죠.
비록 장비 응용은 화학, 생물, 환경쪽에 많이 하고 있지만요…

아무튼, 한국에서 엔지니어분들 보면, 대단하다고 느낍니다만 어찌보면 가끔씩 처량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왜냐하면, 일단은 엔지니어가 대접을 못받는 한국 사회의 풍토 때문이겠지요.
엔지니어를 부속으로 여기는 경영자(?)
그리고 엔지니어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제대로 가치 평가를 해주지 않는 사용자들..

하지만, 제가 느끼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가 장비를 개발해서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 엔지니어 분들이 외국 본사에 가서 교육을 받고 오거나,
외국 엔지니어들이 한국에 와서 교육을 하는 방법을 통해서 전문 엔지니어가 양성이 되는 현실인데요.
우선 전문 엔지니어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가, 노하우가 어느정도 축적될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장비는 또 계속 신기술과 함께 새로운 모델로 업데이트가 되니 또 따라가야 하고..
그러다 보니 엔지니어 분들한테는 힘든 현실이기도 합니다.

갑자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최근의 제가 쓰는 Thermo 브랜드의 질량분석기 하나가 고장이 나서 그 원인을 찾는데,
아주 찾기가 힘든 문제였거든요. 3개월간의 기간 끝에 드디어 문제점을 발견해 냈습니다.

처음에는 Thermo의 태평양 연안지역 엔지니어가 계속 방문해서 이것 저것 테스트 해 봤는데
도저히 그 원인을 찾지 못하겠어서, Texas에 있는 Factory Senior engineer가 이번주 직접 방문해서
A부터 Z까지 모든 점검을 해 나가던 과정에서 드디어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Factory에서 직접 나온 그 엔지니어 분한테 많이 배웠는데요,
제가 느끼기에는 그 기기를 완~벽히 다 알고 있는 듯 했습니다.
그 아주아주 복잡한 기판의 회로도까지도 머리에 들어 있는 것 처럼 보이더라구요…
같이 장비를 분해, 조립 점검하면서 Thermo 본사의 엔지니어와도 좀 친해졌는데요.

사실 자기 회사에서 개발한 장비, 당연히 엔지니어도 잘 알 것이고
엔지니어들을 위한 모든 세부 메뉴얼 또한 영어로 잘 되어 있으니.. 뭐 당연한 것 이겠지요
아마 한국에서 이러한 장비를 개발한다면, 한국의 엔지니어분들이 더욱 더 잘 하실수 있을거라 전 생각합니다.

아무튼 오늘 오전에 드디어 문제된 부분을 완벽히 고쳤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엔지니어들이 축하의 건배를 들어야 한다면서 점심에 Bar에 가서 맥주를 한잔씩 하더라구요.
물론 전 다시 들어와서 일을 해야 되었기 때문에 햄버거에 콜라만 먹었습니다만..
(Bar를 낮에 가보기는 미국 와서 처음입니다. ㅎㅎ)

또 부러운 점은 그 엔지니어 두분 다 50대 중반인것 같습니다,
(애들이 다 20대 초중반으로 이야기 하시는걸로 봐서..)
한국의 엔지니어 경시 풍조가 또 다시 뇌리를 스치더군요..
한국에서 50대 나이로 엔지니어로 활동한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현실인데 말이죠…

Factory에서 온 Senior Engineer는 아시아 나라에도 가끔씩 엔지니어 교육이 있어서 가는데..
일본, 한국, 중국, 싱가폴, 말레이시아에 가봤었답니다.
자기가 은퇴하기 전에 한국 한번 더 갈일 있으면, 한국에서 한번 보자는 인사의 말을…. 하하..

사실, 아직 한국에는 정식 Thermo 가 없고, 딜러 회사들만 있지요.
그 딜러 회사들이 각각 엔지니어 몇몇 분들 두고는 있지만
우선은 기계를 판매하는 영업활동에 주력을 하고 있지요.
왜냐하면 한국은 시장이 한정적이다 보니, 제로섬 싸움이 되고
많은 업체들이 우선은 판매를 통해 시장 우위를 점하려고 하니깐요.

아무튼, 조금은 부러운 모습이였습니다.

2 thoughts on “부러운 미국 엔지니어

  1. 어젯밤에 라면 먹고 이 글 썼구만.

    장비를 직접 개발하라!고 한마디 했더니 그때 자기가 한 말

    =”그런 장비 하나 만들면 노벨상 받아!”

    나 노벨상 수상자 마누라 만들어도~

    아니다. 그런 장비 개발하려면 생계는 내가 책임져야 하는군.

    노벨상 수상자 마누라 만들어달란 말 취소하꾸마. =.=

    1. 새로운 질량분석기를 개발한다면,
      그건 진정으로 먼 장래에 노벨 화학상을 받는 방법이 될 수 있지만..
      나랑은 전혀, 하하하..
      많은 사람들이 아직 개발된 장비들도 완벽히 잘 못써대는데..
      어찌 새로운 개발을 논할까.. ㅋㅋㅋ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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