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포병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침에 신문을 보는데, 제가 근무했던 부대의 훈련모습이 기사화 되었습니다.

옛 추억들이 떠올라서 잠시 미소를 머금게 하네요…

 

“정예포병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육군26사단 포대 전술훈련 현장

사용자 삽입 이미지

‘콰앙∼’. 육중한 모습을 자랑하는 포병의 주력 무기 K-55 자주포 6문이 연달아 불을 뿜었다.

그와 동시에 산 너머 표적지는 집중사격으로 풍비박산이 됐다. 포병은 전투지원부대로서

작전 수행 간 큰 역할을 담당한다. 방어작전 간에는 아군을 향해 접근하는 적을 조기에 차단, 격멸한다.

또 공격작전 간에는 기동부대의 공격을 적극 지원한다. ‘싸우기 전에 승리’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바로 포병의 임무다.

◆ 훈련장 진입에서 사격준비 완료까지

지난 14일 경기 연천의 한 사격훈련장.

지축을 흔드는 ‘크르릉’ 하는 굉음이 울리며 K-77 사격지휘장갑차를 선두로 K-55 자주포 6문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이내 훈련장으로 진입했다.

육군26사단 포병여단 화랑대대 1포대원들이다.
이 날은 전술훈련 평가를 성공리에 마치고 마지막 단계인 포탄 사격을 측정하는 날.

방열제원 점검과 사격기재·화포 이상 유무 확인 등 사격준비 과정까지 철저한 평가가 이뤄지는 중요한 날이다.

전개는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2포대와 3포대가 뒤따라오기 때문이다. 제일 먼저 FDC(Fire Direction Center·사격지휘소) 역할을 담당하는 K-77이 자리를 잡았다.

FDC는 사격제원과 수정, 장약과 편각·사각, 신관 장입량, 포탄 발사 수 등 사격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들을 통제한다.

K-77에서 내린 김태우(20) 이병이 전방 상향으로 빨간색 깃발을, 뒤로는 파란색 깃발을 뻗쳐 들었다. 표적지가 위치한 곳을 알려주는 것이다.

김 이병을 중심으로 자주포가 정해진 자리에 위치하자 장병들이 뛰어내리더니 자주포 뒤편에 장착된 스페이드를 내리고 고임목을 받쳤다.

포탄 발사 시 차체가 현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남병구(21) 이병을 비롯한 다른 장병들은 측각기와 겨냥틀을 설치했다.

측각기가 각 자주포의 사격 방향을 알려주는 것이라면 겨냥틀은 각도를 선정한다. 둘 다 포의 방향포경과 일직선상에 놓여 있다.

이어 각 자주포로부터 통신용 야전선(野戰線)을 뽑아내 K-77에 연결하면 끝. 유무선 통신까지 구축된 것이다. 이제 사격할 수 있는 준비는 끝난 셈이다.

대대 군수장교 구문용(37·학사29) 대위는 “이 모든 절차는 4분 이내에 마친다”고 말했다.


◆ 사격, 이동 그리고 재사격

“편각 삼 둘 삼 공” “사각 둘 넷 여섯” “장약은 ∼”
FDC
에서 전포대장으로부터 사격제원이 하달되자 자주포 내부 장병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복명복창하는 포반장 최일국(25) 하사의 지시에 맞춰 1번 포수 김지영(23) 상병이 포탄과 신관을 결합하고 장전한 뒤 폐쇄기를 닫았다.
사수 권병학(22) 병장과 부사수 구동욱(22) 일병도 각각 편각(좌우각도)과 사각(상하각도)을 장입했다.

같은 목표라도 각 포반의 위치에 따라 편각과 사각이 크게 달라진다.
이미 기준포(3번 포)가 사격을 통해 표적의 위치와 제원을 수정한 상태. 남은 것은 사격 명령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잠시 후 침묵을 깨고 FDC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사격.

48kg 무게의 포탄이 날아가면서 그 충격으로 인해 차체가 흔들렸다.  다른 때보다도 더 큰 굉음이 울렸다. 3문이 동시에 발사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격훈련에서 발사되는 포탄은 각 포대당 25발이다.
7발은 표적의 위치를 확인하고 제원을 수정하기 위한 수정사격, 나머지 18발이 측정의 합격·불합격을 판정하는 효력사다.

사격 결과는 표적 현장에 있는 관측장교가 알려주기 때문에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는 것이 훈련 평가를 지켜보던 대대장 김명수(326) 중령의 설명.

위치 값 또한 컴퓨터에 의해 자동 산정돼 수정 제원이 산출된다고 김 중령은 덧붙였다.
또 포대장의 신속하고 유연한 판단과 포대원들의 정확한 사격 절차는 표적을 명중시키는 기본이 된다고.

사격을 마친 각 포반은 신속히 겨냥틀과 유선 통신을 위해 연결했던 야전선을 수거하고 다른 장소로 긴급 기동하기 시작했다적 공격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 위치를 이동, 재사격하기 위해서다.

또다시 자리를 잡은 각 포반들은 사격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격, 이번에는 5문의 자주포가 차례대로 한 발씩 포성을 울렸다. 이런 과정들은 밤늦게까지 포대별로 때로는 대대의 모든 포대가 동시에 참가한 가운데 수차례 이어진다. 물론 임무도 다양하게 주어진다. 고정·이동관측 사격을 포함해 DP-ICM(이중목적탄) 같은 특수탄, 야간 조명하 사격 등등.

이겨 놓고 하는 전투. 싸우기 전 적의 기선을 제압하고 아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강력한 대한민국 포병의 전력은 한순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끊임없는 훈련과 땀방울 속에서 이뤄진다.

 
◆ “강한 리더만이 강한 전사를 만들수 있다”이태수 대위·육군26사단 포병여단 화랑대대 1포대장

“부하들을 강한 전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나부터 스스로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육군26사단 포병여단 화랑대대 1포대장을 맡고 있는 이태수(30·육사59) 대위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이러한 각오를 밝혔다.


이 대위는 이날 실시된 포대 평가 사격에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부하들을 이끌며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는 훈련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누구보다 바쁘게 움직이며 세세한 부분 하나까지도 체크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리더는 부하들의 몸이 아닌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부하들의 눈에 지휘관이 열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 줘야 부하들의 마음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대위는 매일 일과 후 일정 시간을 체력단련과 포병 관련 지식 습득에 투자하며 솔선수범하고 있다.

“스스로 강해질 수 있는 ‘강한 리더’만이 부하를 강한 전사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이 대위. 그는 “앞으로도 꾸준한 노력으로 우리 포대를 가장 강한 포대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설명
1.FDC
로부터 표적제원을 전달받은 K-55 자주포가 산 너머 표적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
2.
남병구 이병이 겨냥틀을 이용, 각도를 맞추고 있다.
3.
포탄을 장전하고 있는 장병들.
4. K-55
의 기동 모습.
5.
이태수 대위·육군26사단 포병여단 화랑대대 1포대장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